Master Pen Story
 [단편] - 여름 한 뼘, 우유 한 모금 ③ [단편 3부작]
[건필]월담백토Oh~No~ 악플은 싫어요~!!
   (2011/07/26 18:10) 추천수 : 31   










 














가을의 염려가 무색하게 여름이와는 여전히 진전이 없었고, 가을도 휴가가 끝나 서울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준영의 어머니의 배는 커질 대로 커져 이제는 몸 가누는 것도 힘들어 했다.

여름의 막바지라고는 하지만 더운 건 여전했다.

어김없이 마트를 찾은 준영은 어머니의 주문대로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기 시작했다.

매일 매일 여러 가지 주문을 하는 통에 냉장고가 비는 날이 없었다.

신기한 것은 매일같이 잔뜩 사가도 다음날에는 반드시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브로콜리를 손에 들고,

8개월에 들어서 배가 많이 나오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마른 체형인 어머니의 몸 어디에

그 음식들이 들어가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한번은 며칠 분을 한꺼번에 사두면 어떠냐고 말을 꺼냈다가

'임산부는 먹는 게 중요한 거 모르니? 매일 매일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섭취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핀잔을 들었다.

거기다 '너도 이렇게 키웠어'라는 말에 더 이상 말대꾸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대학이 방학에 들어가면서 여름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 되어버려

지금은 장보는 게 오히려 행복할 지경이었다.

유제품 코너의 우유를 내려다보자

과거 자신의 우유를 건네주던 여름이의 작은 손과 환하게 웃는 표정이 떠올랐다.

그러다 우연히 진열대 뒤의 거울을 쳐다보고 저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절대로 따라다니는 게 아니라는 듯 이 물건, 저 물건을 뒤적거리는 여름이가 따라오는 게 보인 것이다.



'오늘은 꼭 말을 해 보자.'





















"35,020원 입니다. 현금 영수증 필요하세요?"



여름인 두 손에 1000mL 우유팩을 들고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오늘이야 말로 라고 결심하고 나온 터라 우유팩을 잡은 손에는 평상시보다 더 힘이 들어가 있었다.

마침내 바로 앞에서 계산하던 준영이 휴대폰 번호를 말했고 그 번호를 외우는데 집중했다.

머릿속에선, 전화번호를 몇 번이나 반복해 외우며,

빨리 계산을 마치고 아무도 없는 곳에서 휴대폰에 입력할 계획을 실행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오늘은 준영의 단정한 뒷모습에 시선을 뺏기지 않으려 고개를 푹 숙이고 우유팩을 계산대 위에 올렸다.

머릿속에서는 여전히 준영의 번호를 반복해서 불러보고 있었다.



"캉!"



앞을 보지 않는 상태에서 걸음을 옮기다 누군가와 부딪혔고, 미처 담지 못한 캔 하나가 바닥에 떨어졌다.

당황한 여름이 얼른 주워서 주인에게 건네주다 손가락이 부딪혔다.


 
"죄송합니… 다……."



물건을 받은 사람은 준영이었다.



"고마워."



준영이 웃었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그의 웃는 얼굴을 보는 건 처음이었기 때문에 잠시 정신을 놓아 버렸다.



"2,200원 입니다. 현금 영수증 필요하세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가 계산원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서 지갑을 열었다.



"아, 아니요."



목소리가 떨리는 게 느껴졌다.

계산원은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봤고, 여름의 뒤에 서 있던 중학생 남자아이들은 킥킥 웃기 시작했다.

뒤늦게 얼굴까지 붉어졌다.

당장 자리를 모면하고 싶은 마음에 서두르다 우유를 놓고 마트를 나서고 말았다.



"여름아, 잠깐!"



준영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깜짝 놀라서 그 자리에 멈췄다.

뒤를 돌아보니 그녀가 두고 온 우유를 집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게 보였다.

이미 그녀의 머리에서 준영의 휴대폰 번호는 멀리 날아가 버린 뒤였지만,

그건 아무래도 좋을 만큼 더 큰 기적이 일어났다.

엄마에게서 들어서 예전에 자주 보던 사이라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학교에서 아는 척 한 적도 없고, 워낙 옛날 일이라 그가 기억하고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기 때문이다.



"아, 안녕하세요."



뒤늦게 고개까지 숙이며 인사를 했다.

잔뜩 붉어진 얼굴로 준영을 올려다보니 멋쩍은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그런 식으로 인사 받을 줄은 몰랐어."

"그, 그래도 연장자시고……."



뒷말을 잇지 못하고 우물쭈물하자 준영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



"덥지? 빵집가자, 팥빙수 사줄게."



앞서 걷는 준영을 보며 여름의 심장이 쿵쾅쿵쾅 울리기 시작했다.

그가 잡아끄는 손에서부터 온 몸이 붉게 물들어 버릴 것만 같았다.

주변의 시선이 모두 자신에게 향하는 것만 같아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저, 저, 선생님?"



준영이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았다.



"선생님?"

"네? 네. 저희학교 수학과 강사 선생님이시잖아요."

"설마 나 진짜로 못 알아보는 거야?"



준영이 진짜로 섭섭하다는 표정을 하자 마치 죄라도 지은 것처럼 눈길을 피해버리고 말았다.



"선…생님이야 말로 저 기억 못하는 줄 알았어요."

"알고 있었던 거야?"



금세 밝은 표정으로 웃는 그의 얼굴을 보니 '사실은 엄마가 말해줘서 알았어요'라고는 절대로 말할 수 없었다.


 
"저 팥빙수 안 먹을래요. 손 좀 놔 주세요."



사실대로 말하자면,

다시없을 것 같은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의 숨은 팬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도 따가웠고,

그가 자신을 알아볼 거라고는 생각도 못해 집에서 입고 있던 옷 그대로 입고 나온 것도 후회됐기 때문이다.

거기다 팥빙수까지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얘기할 자신도 없었다.

어떻게든 손을 놓아보려고 잡힌 손을 펴보고 빼보고 했지만,

알아채지 못한 척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놔줄 생각이 없어서인지 준영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그럼 하천 둑으로 가자. 기억나지? 어렸을 때 네가 거기서 우유 줬잖아."



또 다시 기억나지 않는 어렸을 때 이야기를 들었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신난 듯 앞서 걷는 준영을 거절하지 못하고 뒤따라 걸었다.



'그냥 팥빙수나 먹으러 갈걸.'



손바닥에서 흐르는 땀에 온 신경이 쏠렸다.

더위도 더위지만 잔뜩 긴장한 탓에 평소보다 더 많이 나는 듯 느껴졌다.

다시 한 번 자연스럽게 빼보려 하자, 준영의 풀린 손이 어깨로 올라왔다.

속도가 오른 준영의 걸음을 따라가기에도 벅찼는데 어깨에 닿은 손길에 심장이 주체할 길 없이 뛰기 시작했다.

심장 소리가 그에게 들릴까봐 숨소리마저 낼 수 없었다.

손바닥의 열기는 꼭 계절이 여름이기 때문만은 아닌 것이 분명했다.

뙤약볕도 아랑곳 않고 깨끗한 풀밭에 자리를 잡은 준영이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여름이 앉을 수 있게 해 주었다.

얼굴을 잔뜩 붉힌 여름이 다리를 모으고 앉아 고개를 숙이고 따라오느라 힘들었던 숨을 이제야 토해냈다.



"깜짝 놀랐어요. 저 모르시는 줄 알았거든요."

"그래서 나한테 말 한마디 안 한 거야?"

"네…, 뭐. 선생님이야 말로 왜 아는 척 안하셨어요?"



기억나지 않았다고는 말하지 못한 채 말을 돌려버렸다.



"너한테 선생님이라고 불리니까 이상한데? 그냥 옛날처럼 오빠라고 불러줘."



자기가 말해놓고도 부끄러웠는지 살짝 붉어진 얼굴로 웃으며 쳐다보는 준영을 보자

여름의 얼굴도 덩달아 달아올랐다.



"네? 네…."

"저기, 내가 이곳까지 데려와서 할 말은 아닌데 시간 괜찮지?"



여름인 뜨거운 햇빛에 노출된 준영의 에코백 속의 물건들과 자신의 우유가 걱정됐지만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사실은 전부터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괜찮을까?"

"네, 뭐."



준영이 작은 돌 하나를 주워 하천에 물수제비를 띄우자 '퐁퐁퐁퐁' 소리가 예쁘게 울렸다.



"내가 너희 집에 신세졌던 건 기억하지? 처음에는 너 나 되게 싫어했잖아. 못생겼다고."



그때 일이 떠올랐는지 돌을 줍다 말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데 왜 나한테 프러포즈 한거야?"

"……! 네?"

"여기서 너한테 프러포즈 받았잖아. 나 담배 피던 거 들켰을 때 담배 끊으면 네 우유도 주고 결혼도 해 주겠다고."



다시 물수제비를 띄웠지만 이번에는 돌의 모양이 좋지 않은 듯 한 번 '퐁' 소리를 내고 가라앉았다.

준영은 아쉬운 표정으로 다시 납작한 돌을 찾았고, 그 사이 여름은 열심히 과거를 기억해 내려 애쓰고 있었다.



'그런 일도 있었나? 나 도대체 무슨 소릴 한 거지.'



"대답이 없는걸 보니 기억 못하는 구나."



준영은 맘에 드는 돌을 찾았는지 이번에는 꽤 신중하게 자세를 잡아 던졌다.

돌은 경쾌한 소리를 열 두 번이나 낸 다음에 물속에 가라앉았다.



"난 너하고 일 꽤 많이 기억하는데. 여름방학동안 내가 수학도 가르쳐 줬잖아. 아, 그러고 보니까 내가 수학 쪽으로 진로를 잡은 게 너 때문이었어."



준영이 생각났다는 듯 손바닥을 쳤다.



"네?"



반문을 하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준영을 바라보던 여름은

그때야 그와 함께했던 초등학교 여름방학 때의 일을 기억해 낼 수 있었다.





















유난히 수학성적이 좋지 않았던 초등학교 4학년 때의 여름은,

수학문제집을 열권이나 사 놓고 방학동안 모두 풀고 말리라 결심을 다졌다.

그 결심을 비웃은 게 자신의 오빠 가을이었다.



"무슨 문제집을 한꺼번에 그렇게 사 놔? 한권씩 풀어도 다 풀까 말까인데 열권이나 사놓고. 네가 퍽이나 다 풀겠다."

"할거야."

"도대체 그 근거 없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거냐?"

"할 수 있어."



힘주어 대답은 했지만 오빠를 노려보는 큰 눈은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이크!"



동생을 울려 엄마에게 야단이라도 맞을세라 오빠는 재빨리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여름인 책상에 앉아 문제집을 펼쳤지만 수학 문제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눈물은 주체할 수 없이 흘렀다.

결국엔 그대로 엎드려 엉엉 소리를 내며 울고 말았다.

그때까지 거실에서 조용하게 TV를 보던 준영이 열린 문밖에서 여름을 불렀다.



"꼬맹이, 울어?"



평소 곰보 오빠라 부르며 못생겼다, 키가 작다며 놀려대던 여름을 좋아할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서럽게 우는 아이를 내버려 둘 수 있는 성격도 아니었다.

여름인 준영의 목소리에 소리를 그쳤지만 울음까지 멎은 건 아닌 듯 엎드린 조그만 어깨가 들썩이고 있었다.



"오빠가 놀려서 그래?"



그 소리에 서러움이 북받쳤는지 더 큰 소리로 울고 말았다.

당황한 준영이 방으로 들어와 여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만 울어. 오빠가 다 널 생각해서 하는 소리니까."

"아냐! 오빤 나 미워하는 걸. 내가 수학 못한다고 놀리는 거라고."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된 여름이 진지한 얼굴로 올려다보는 게 웃겼지만 소리 내어 웃을 수 없었다.

고개를 돌려 마음을 진정시킨 뒤 다시 말을 걸었다.



"문제집을 열권이나 사버린 건 나도 잘못한 거라고 생각해. 진짜 다 풀 자신 있는 거야?"



여름이 울먹울먹하며 대답했다.



"하, 하지만, 이렇게 사 놓으면 나도 열심히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았단 말이야."

"나도 말이지, 사놓고 안 푼 문제집이나 안 읽은 책이 많거든. 여름이 혼자 이거 다하기엔 힘들 것 같아 보여."

"곰보오빠가 그랬어?"

"응."



준영이 고개를 끄덕이자 겨우 그친 여름의 눈물이 다시 맺히기 시작했다.



"그, 그럼 나도 그럴까? 어떡하지? 이렇게나 사버렸는데?"



준영이 여름의 눈물을 닦아주며 미소를 지었다.

여전히 여드름투성이의 얼굴이었는데 그 미소는 이상하게 안심이 되었다.



"그럼 나랑 같이 한권씩 풀어볼까?"

"곰보 오빠, 수학 잘해?"

"그럼!"

"우리 오빠 보다 더 잘해?"

"당연하지."



그제야 여름이 조금씩 웃기 시작했다.



"응, 그럼 나 오빠랑 수학 공부 할래."

"그럼 지금 부터 시작할까? 공부 할 거면 가서 얼굴 씻고 와."

"응!"



여름이 활짝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화장실로 향했다.

이날부터 여름이가 준영을 곰보오빠라 부르거나 놀리는 일이 사라졌다.

준영에 대한 싫은 감정이 좋은 감정으로 바뀌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고,

담배 사건은 두 사람이 더욱 친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여름의 입장에서 본다면, 준영이 담배를 끊은 것도 좋았고,

싫어하는 우유를 먹지 않아도 된 것도 기쁜 일이었다.



방학이 끝나갈 무렵에는 6권밖에 풀지 못했지만 나머지 네 권도 풀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



"오빠, 오빠 덕분에 이만큼이나 풀었어!"



쌓아놓은 문제집을 자랑스럽게 바라보며 여름이 웃자 준영도 따라 웃었다.



"잘했어, 꼬맹이. 나머진 혼자서 풀어야 해."

"응! 할 수 있을 것 같아. 오빠 선생님 해라. 우리 선생님보다 더 잘 가르쳐 주는 것 같아."

"꼬맹이가 하는 소리 하고는."

"거짓말 아냐. 나 우리 선생님이 가르쳐 주는 건 이해 못하겠는걸."

"내가 가르쳐 주는 건 이해했어?"



미심쩍은 듯 되묻자 여름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래서 상을 주려고."

"상? 나한테?"

"응! 오빠 때문에 이제 수학에 자신이 붙었으니까……."

"무슨 상이기에 요 꼬맹이가 말꼬리를 흐릴까?"



여름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는 준영에게 손짓을 해 자신과 키를 맞추게 했다.



"눈 감아!"

"응?"

"눈 감으라고!"



짜증을 내는 건지 화를 내는 건지 알 수 없는 여름이 한발로 쿵 바닥을 찍으며 재촉 했다.



"으… 응."



눈을 감고 기다리고 있자니 따뜻한 무언가가 볼에 붙었다 떨어졌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제 눈 떠도 돼?"

"…응."

"무슨 상이었어?"

"모르겠어?"

"응, 너무 궁금하네."

"몰라! 곰보오빠 바보!"



오랜만에 듣는 곰보 소리에 피식 웃어버리자 여름이 화를 내며 밖으로 나가버렸다.

준영은 자신의 심장이 꼬맹이로 인해 뛰고 있다는걸 깨닫고 오른손을 들어 가만히 가슴에 대어 보았다.

처음 느끼는 감정이었다.



'말도 안 돼!'



억지로 마음을 진정시키고 나니 머릿속이 개운해졌음을 느꼈다.

지난 반년동안 고민해 오던 일이 깨끗하게 정리 되었다.



'수학 선생님…, 괜찮은 것 같아.'



목표가 정해지니까 그의 사춘기 방황도 끝이 났고,

여행에서 돌아오신 부모님은 여름이 덕에 한시름 덜었다며 고마워 하셨다.



"사실은 네가 형제가 없어서 좀 걱정했었지.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여행을 핑계로 가을이네에 너를 부탁했던 거야. 한참 사춘기라 그거 때문에 더 나빠질지 않을까 걱정은 됐지만 지금 모습을 보니까 잘 한 거라고 생각해."



뒤늦게 부모님이 자신을 가을의 집에 맡긴 이유를 알게 되었다.

걱정도 팔자라며 웃긴 했지만 부모님께 걱정을 끼친 것은 미안했다.

고3 수험생활을 보내면서도 공부를 핑계로 가을의 집을 뻔질나게 드나들었다.

물론 목적은 여름이었다.

이젠 친오빠보다도 자신을 더 따르는 게 예뻐서 견딜 수가 없었다.

서울의 대학으로 진학하면서 여름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만날 수 없는 동안에도 그 아이가 계속 생각나는 건 아마도 동생 같은 느낌일거라고 단정했다.

그러나 몇 번의 미팅을 하게 되면서 그녀들과 여름이를 비교하게 되는 자신을 깨달았다.

'담배 끊으면 오빠 신부 해 줄게' 그 말이 그를 항상 미소 짓게 만들었다.



'내 첫사랑은 여름인가.'



그렇게 스스로 납득하면서도 여름이가 갖게 해 준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다보니

그녀와 만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말았고,

어렸던 여름은 일 년, 일 년이 지나면서 그렇게 좋아하던 준영에 대해 점점 잊고 버리고 말았다.





















잊고 지냈던 어릴 때의 일이 모두 생각나 버렸지만 준영에게 말할 수는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참으로 당돌한 꼬맹이였다.

여름은 자기도 모르게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다.



'으아! 부끄러워서 이제 어떻게 준영오빠 얼굴을 봐!'



얼굴이 화끈거려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그때의 감정을 깨닫고 나니 가슴의 두근거림이 배가 되었다.

갑자기 발밑부터 어두운 그림자가 늘어났다.



"그때부터일거야. 내가 너를 좋아하게 된 건."



어느새 준영이 자신의 앞에 와 해를 등지고 서 있었다.

역광에 그의 표정이 보이진 않았지만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네?"

"내 나이가 여름이 보다 너무 많아서 감히 이런 말,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내 기억엔 너도 나를 좋아했던 것 같은데 혹시 지금도 여전하다면 내 여자 친구가 되어 주지 않을래?"

"……네?"



여름은 괘종시계 속 뻐꾸기 마냥 입만 벙긋 같은 단어만 내뱉었다.

한손으로 햇빛을 가리니 그의 표정이 좀 더 잘 보였다.

미소를 짓고는 있었지만 긴장한 탓인지 입술이 떨리고 있었다.



'아, 좋은 표정이다.'



좋은 표정의 기준이라는 게 뭔지 알 수 없었지만,

긴장으로 흔들리는 눈동자와 떨리는 입술의 감정이 여름의 마음에 번지고 있었다.

마치 준영이 일으킨 물수제비의 파문처럼 그를 좋아하는 감정도 조용하게 퍼졌다.

벌떡 일어선 여름이 준영의 양팔을 잡았다.



"눈 감아 봐요."

"응?"

"눈 감아 봐요."



얼결에 눈을 감은 준영은 양팔에 무게가 실리는 것을 느꼈다.

향긋한 꽃향기가 코끝을 간질이더니 따뜻한 온기가 입술에 닿았다가 떨어졌다.

놀라서 눈을 뜨니, 빨개진 얼굴이 예쁜 여름이 바로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더 이상 키 작고 여드름난 소년도, 수학을 못해서 울던 꼬마가 아니었다.

그와 말을 하려고만 했다면 언제든 할 수 있었을 텐데 부끄러움에 눈으로만 쫓던 여름에게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 키스가 여름의 대답이었다.



"덥네요."

"여름이니까."



양손을 맞잡은 채 고개를 숙인 두 사람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금방 지나갈 거예요. 이만큼만 지나면."



여름은 땀으로 손이 젖는 걸 들키지 않으려 준영의 손에서 자신을 손을 빼내 하늘을 향해 활짝 펼쳐 보였다.

마침 시원한 바람이 불어 손가락 사이를 빠져 나갔다.



"그래도 여름은 좋아하니까."



어떤 여름을 말하는지 확실하게 알려 주진 않았지만 여름의 펼친 손 옆에 자신의 손도 함께 펼쳐보였다.



"나도 좋아해요."



여름의 대답도 확실하진 않았다.

하지만, 펼쳐진 두 손은 어느새 서로 꽉 쥐고 있었다.

이제는 손에 배는 땀의 감촉마저 신경 쓰지 않을 만큼 지금의 거리가 좋은 듯

사이좋은 모습으로 둑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여름은 아직 한참 남아 있었다.

 

 

 

 

 

 

 


 













 

 





 



               







 

♥ 제목 문구를 만들어주신 狂그녀다래♪ 님 감사합니다!

♥ 표지와, 건필단 문구를 만들어주신 이파운님 감사합니다!


 


 

 

 

 


 

 

 

히힛!
사실...
27일 새벽 한시에 올릴 예정이었는데...
요 며칠사이 잠자는 시간이 바뀌어서 말이죠..ㅜ
이제 곧 자야 됩니다.ㅜ
그래서 미리 올리기로 결정... 'ㅁ';
지금도 졸음을 참아가며 올리고 편집했어요..ㅜ
가물가물...제대로 편집했는지 모르겠습니다..ㅜㅜㅜㅜㅜ
마지막 3편도 재미있게 봐 주셨다면 정말 기쁘겠습니다. >ㅁ<

 

생각지도 못한 표지를 이파운님께 선물받아서 편집방식을 바꿔 봤어요.
다래님이 만들어주신건 배경처럼 써도 이쁠것 같아서,
중간 중간에 회상씬 구분짓는데 넣었습니다.
(안그래도 제일 긴 3편이 더욱 길어져 버렸네요...ㅎㅎㅎㅎ)
두분덕분에 더욱 빛나는 소설이 되었어요.
모두 감사드려요. (__)♥

 

저는.. 그럼... 일단 좀 자구요...ㅜ
(라지만... 펜스톨 자게좀 둘러봐야겠어요..ㅋ)
일도 좀 마감시키고...
하슈마일로 찾아오겠습니다!

 

여름 한 뼘, 우유 한 모금!
봐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인사와 제 사랑을 드립니다~♥

 

 

 

참,
제목 형식이 뒤죽박죽인 이유는....
광고에 용이하기 위해서!
ㅋㅋㅋㅋ
나중에 다시 1편과 같은 형식으로 바꿀거예요.. 'ㅁ'a
뭐.. 중요한건 아니지만... 일단 말씀드려 보았어요... 'ㅁ'ㅋ

 

 

 

 

 

 

 


[건필]월담백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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